디지털화폐는 넓은 의미로 보면 ‘전자화된 화폐(돈)’ 전체를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디지털화폐를 사용 중이다. 온라인으로 계좌이체를 하고,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내 은행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친구들과 먹은 밥값을 카카오페이로 송금하고…. 이때의 디지털화폐는 전자결제(디지털 결제)라는 의미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갑도 없고 현금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캐시리스Cashless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는 우리 사회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2018년 한국은행이 조사한 국가별 현금 결제 비중을 보면 영국은 28%, 미국도 2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9.8%이고, 1661년 유럽에서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나라 스웨덴에선 무려 13%대로 떨어진다. 여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현금 없는 시대는 점점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각국 정부는 아예 실물화폐를 전자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민간기업과 손잡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 실험 연구에 돌입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위안화’를 개발해 전국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민간에서도 자체적인 디지털화폐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각종 암호화폐가 쏟아져나오고,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처럼 글로벌기업이 자체적인 디지털화폐를 개발하려 한다.
인간은 언제나 좀 더 사용하기 쉽고 편리한 방식으로 화폐를 다뤄왔다. 여기서 질문 하나. 전자거래가 그렇게 편리하다면 앞으로 현금을 없애고 디지털화폐 유일 시대로 나아가는 편이 좋을까? 무조건 환영하기엔 머뭇거려진다. 디지털은 어디든 기록을 남긴다. 나의 소비 데이터가 어딘가에 무분별하게 쓰인다면? 디지털화폐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친화적일까? 거기에 해킹이나 보안 문제 등…. 그리고 또 다른 질문. 전자거래가 아닌, 화폐 자체를 디지털로 발행한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민간기업인 페이스북이 만들려는 디지털화폐를 각국 중앙은행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디지털화폐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생각해볼 문제가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