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1~2주에 한 번꼴로 일어나고 있다. 2020년 6월 1일 아홉 살 아이가 여행용 가방에 갇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한 달여 전(5월 5일) 이 아이는 보호자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에 이송된 적이 있다. 의료진은 아동학대 신고를 했고 보호자는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천안 아동보호기관 담당자가 보호자와 아동을 분리할 필요 없다고 판단해 원가정으로 복귀했고 아동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 언론은 그렇게 보도한다. 보도 내용을 보면 아동보호기관 담당자의 무책임한 판단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학대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동학대의 지속성, 잔혹성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피해 아동과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아동이 지속적인 신체적·정서적 폭력을 당한 상태이니 쉼터나 위탁가정에서 보살피며 몸과 마음을 치료해야 한다. 동시에 범죄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이 뒤따라야 하고 경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협조도 긴밀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신고 후 사후 관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맡고 있는데 대부분 정부가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같은 비영리 민간법인에 위탁해서 운영 중이다. 이들에게는 후속 조치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예산과 상담원 수도 적다. 또, 피해 아동을 가해자에게서 분리하려고 해도 이들을 맡아줄 쉼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일어나는데 끔찍한 학대를 받은 아이를 부모에게서 떼어내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으니, 분리를 잠시 했다가도 금세 가정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대로 인한 피해 아동을 구출할 시스템이 우리에겐 없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담당자들이 무책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가장 먼저 학대 아동을 만나기에, 아동이 얼마나 무자비한 고통 속에 방치돼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담당자들은 아동을 그대로 두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 그리고 학대 피해 아동이 행여 죽으면 어쩌나 하는 공포에 짓눌려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