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늘 인간 종에게 유리하게 생태계를 제멋대로, 탐욕스럽게 이용해왔지만, 인간은 수많은 동물의 한 종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연의 지배자로 군림해온 인간은, 그 사실을 늘 잊고 살아간다.
1994년 헨드라 바이러스의 용의자가 박쥐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몇몇 사람들은 질병을 일으키는 박쥐, ‘거꾸로 매달려 똥이나 싸대는’ 쓸모없는 박쥐를 싸그리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혹여 모르고 밟아서 개미가 죽을까 지팡이로 두드리며 걸었다는 노승의 일화가 떠오른다. 우리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잊고 사는 건 아닐까.
해마다 돼지 구제역 파동을 겪는다. 구제역이 돌면 2013년 개정된 ‘가축 살처분·매몰 처리 매뉴얼’에 따라 살처분을 감행한다. 돼지 살처분을 할 때는 땅을 판 후 살아 있는 돼지를 몰아넣고 비닐로 덮은 뒤 공기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를 분사한다. 돼지들은 고통으로 괴성을 지르며 서로를 짓밟고 땅 위로 오르려고 발버둥친다.
2019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양돈가를 휩쓸었을 때 살처분한 돼지는 15만 마리였다. 2010년 구제역 때는 5개월 만에 돼지 348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국내 돼지의 34%에 달하는 수였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살처분한 가축은 약 1억 마리. 한해 평균 500만 마리를 산 채로 매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