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연료나 햇빛을 동력으로 삼아 보통의 재료로부터 거의 모든 것을 만들 능력을 갖출 것이다. _《창조의 엔진》"
세계적인 컴퓨터 과학기술자 빌 조이는 드렉슬러의 책을 읽으며 이런 변화를 상상했다. 분자 조립 기계를 갖게 된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값싼 비용으로 태양 에너지를 만들고, 인간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감기에서 암에 이르는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환경을 완전하게 정화하며, 우주 비행이 지금의 대양 횡단보다 쉬워지고, 멸종된 생물도 복원하고, 언젠가 유토피아가 도래해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그러나 드렉슬러는 이 책에서 유토피아만을 그리지 않는다. 그는 나노 기술이 인류 사회를 파괴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기술했다. 자기복제하는 나노 로봇이 지구 전체를 뒤덮을 수 있다는 경고. 그는 이런 상태를 ‘그레이 구(Grey goo, 잿빛 덩어리)라고 했다. 그레이 구 시나리오는 자기복제 나노 로봇이 무한 증식하여 지구를 뒤덮는다는 암울한 미래 시나리오이다.
어떻게 지구 전체를 뒤덮을까? 기름 유출 청소를 위해 수십 억의 나노 로봇을 방출했다고 치자. 그런데 프로그래밍 오류로 기름 속 탄화수소 대신 탄소를 기반으로 한 다른 물체를 삼키면서 끝없이 자가증식한다면? 임무를 다한 후 제거되지 않고 자기복제를 계속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