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를, 혹은 가족이나 공동체 구성원을 부르는 명칭에는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나타난다. 가령 한국인이 자주 사용하는 ‘우리 가족’ ‘우리 엄마’라는 표현에서는 한국인의 가족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다. 피다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그리고 공동체를 어떻게 부를까?
피다한 사람들은 이따금 정글이나 꿈에서 신령을 만난다. 신령을 만난 후에는 이름을 바꾼다. 신령에게 새로운 이름을 얻고 나면 그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이 꼬호이, 나랑 공부하지 않을래?” 다니엘이 그에게 평소 피다한 말을 가르쳐주던 꼬호이에게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다가 다니엘이 다시금 그를 부르자 이렇게 답했다. “나한테 이야기한 거야? 내 이름은 띠아아빠하이야. 꼬호이는 여기 없어, 내가 꼬호이라고 불린 적도 있지만 지금 그 사람은 없고 띠아아빠하이만 있어.”
피다한 사람들의 친족관계는 단순하다.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두 ‘마이히’라 부른다. 윗사람을 부를 때, 혹은 무언가 얻고자 할 때도 ‘마이히’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하이기’는 형제, 자매, 남매를 일컫는다. 이는 또래의 피다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기도 하고 피다한 사람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들은 ‘호기’ 혹은 ‘호이사이’, 딸은 ‘까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