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점점 빠르고 편해진다. 쇼핑도 마찬가지. 휴대폰으로 간단히 주문, 전날 밤에 주문한 제품이 다음날 새벽이면 집 앞에 도착한다. 택배 이용량이 5년 전과 비교해봐도(2012년 14억 598만 개. 2018년 25억 4278만 개) 많이 늘었는데, 올 상반기 택배 물량은 작년 대비 8.9%나 증가했다. 그때도 인터넷 쇼핑을 많이 했지만 배송이 2,3일 걸렸고, 언제 올지 모르는 물건을 기다리느니 사오는 게 낫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집 앞에 수북이 쌓인 택배 박스를 보는 게 낯설지 않다. 우리 집이든, 남의 집이든.
덕분에 택배 관련 얘기도 많다. 택배 박스에 바퀴벌레가 알을 잘 낳는다, 송장이 붙은 채 박스를 버렸더니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휴대전화로 연락이 온다는 등. 하지만 의외로 택배와 관련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빠르면 편리하다. 그건 사실이다. 로켓배송, 새벽배송에 소비자는 환호한다. 유통업계는 더 간편한 주문, 더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건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로켓와우,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롯데마트의 야간배송과 30분 내 배송, 이마트의 쓱배송 굿모닝…. 회사들은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배송 때문에 매출이 올라도 그만큼 적자가 쌓이는데 경쟁은 갈수록 과열된다. 유통을 지배하는 자, 미래 시장을 지배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기업들의 출혈경쟁은 별로 걱정이 안 된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쌓이는 택배 쓰레기나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는 걱정이다. 택배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데 과연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는 나아지고 인력 충원은 충분한가? 아닐 것 같다. 적자를 거듭하며 더 싸고 빠른 배송을 한다는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더 쓸 돈이 있을 리가.
생각해보면 택배기사들의 파업, 과로사 얘기는 많이 들어왔다. 가깝게는 8월 16일 택배기사들이 ‘휴가’를 선언했다는데, 그날 택배를 두어 개 받았다. 변명을 하자면 둘 다 주문한 지 좀 된 택배들이었는데 배송이 늦어져 그날 도착했다. 괜히 머쓱해서 혼잣말을 했다. “급한 거 아닌데….” 택배기사들은 휴가가 없나? 그렇다. 택배기사들은 특수고용노동자다. 개인사업자라 휴가를 따로 챙겨주지 않는다. 배송 중 다쳐도 산업재해 처리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