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DNA 혁명’이라고들 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덕에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유전자를 쉽게 편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DNA 혁명이라는 표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위대함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해주지만, 한 가지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인류가 유전자편집을 오늘날에야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들리니 말이다.
유전자편집 기술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람이 무언가를 곁에 둘지 멀리 둘지 고민하는 것조차 유전자편집의 일종이다. 우리가 ‘교배’라고 일컫는 것은 사실 자연적인 돌연변이를 응용한 유전자편집 기술의 일종이다. 고대의 인류는 늑대 중에서 특히 온순하고 사람 말을 잘 따르는 ‘가축늑대’를 곁에 두고 길렀다. ‘가축늑대’끼리 교배를 거듭한 결과, 그들은 점점 ‘짐승늑대’의 특징을 잃어갔다. 늑대의 ‘짐승유전자’가 퇴화되고 ‘가축유전자’가 진화된 늑대가 개라는 새로운 종으로 거듭난 것이다.
유전학 지식이 늘어감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적극적으로 식물이나 동물에게서 원하는 특징을 얻어내고자 했다. 인류는 인류에게 유익한 새로운 특징을 가진 동식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교배뿐만 아니라 동식물을 방사능이나 화학물질에 노출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새로운 형질, 새로운 종을 만드는 데에 자연적인 돌연변이가 아닌, 인위적인 돌연변이까지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원하는 부분에서 원하는 돌연변이를 맞춤하게 일으키게 하는 게 어려웠다. 이런 기술을 찾던 중 유전자가위 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여러 유전자가위 기술 중 하나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지금까지 개발된 여러 가지 유전공학기술 중에서 인위적인 돌연변이를 가장 빠르고, 가장 값싸게, 가장 정확하게 일으키는 방법이다. 그 효율성과 경제성, 정확성 때문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DNA 혁명이라 불린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이를테면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의 ‘찾아 바꾸기’ 기능을 한다. 마치 한글 문서에서 특정 문자열을 찾듯 전체 유전체 문서에서 특정 유전자 서열을 검색해서 없애거나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