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입성 초기에는 “별로 볼 게 없다”는 평을 들었지만, 처음 본 재밌는 외국 드라마도 많고 영화 콘텐츠도 다양하다는 말에 ‘30일 무료체험’을 시작했다. 눈에 띄는 영상을 ‘보고 싶은 콘텐츠’에 추가하길 몇 번. 곧 넷플릭스가 내게 맞는 콘텐츠를 알아서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이제는 보고 싶은 영상이 쌓여 있는 나의 넷플릭스를 보면 괜스레 뿌듯한 느낌마저 든다.
바야흐로 스트리밍의 시대. 음악도, 영화도, 책도, 심지어 옷도 ‘구독’한다. 한 달에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을 내면 원하는 음악, 영화, 책, 옷을 골라 듣고, 보고, 읽고, 입는다. 영상 스트리밍을 시작하자 콘텐츠를 대하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예전엔 영화 한 편에 싸면 2000원, 비싸면 1만 원을 내야 했고,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 앉아 토론을 벌였다. 이건 누가 안 좋아할 거고, 이건 평점이 어떻고…. 영화 한 편 볼 때도 따지는 게 많았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가볍다. 틀었다가 별로면 끄고 다시 선택한다. 모두 무료니 선택권은 얼마나 넓은지.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10분을 위한 예능부터, 휴일에 ‘각 잡고’ 볼 영화제 수상 영화까지.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영화·드라마 덕후도 아닌데 넷플릭스를 자주 기웃거린다. 넷플릭스에는 좋은 영화, 영화제 상 받은 영화, 수많은 ‘명작’이 쌓여 있다. 하지만 그중 내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은 한두 편.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들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 리스트’를 원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들은 넘쳐나는 많은 영상 중에서 어떤 작품이 내게 재미있을지 고민한다. 넷플릭스는 그 고민을 단번에 해소했다.
무시무시한 몸집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를 꺾고, 아마존과 디즈니가 휘두르는 거대한 잠자리채도 요리조리 피해가며, 넷플릭스라는 잽싼 녀석은 업계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했다. 덕분에 신조어도 생겼다. ‘Netflixed’,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해 기존 시장을 뒤엎고 위축시킨다는 의미다. 그리고 Korea has been ‘Netflixed’.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190여 개국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전 세계 1억 2500만 명 이상. 우리나라 이용자도 2019년 3월 기준 150만 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