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큰 개’를 기른다. 진도리버(진돗개+리트리버) 엄마, 풍산개 아빠의 피를 물려받아 체중이 28㎏에 육박하는 내 개 ‘천둥이’는 몸무게 기준 대형견(25㎏ 이상)에 속한다. 등 부분은 검은색에 가깝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털이 고동빛과 연한 갈색으로 흐려져, 배 부분은 눈처럼 새하얀 멋쟁이다. 아무래도 신이 천둥이를 만들 때 네 다리를 모아 거꾸로 잡고 몸의 절반만 먹물에 조심스레 담갔다 뺀 게 아닐까 싶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요정 테티스가 어린 아들 아킬레우스의 다리를 붙잡고 거꾸로 스틱스강에 담가 무적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고백하자면 이 개가 이렇게 클 줄은 나도 몰랐다. 반려인이 아니라면 갓 태어난 강아지의 견종을 들었을 때 얼마나 클지 가늠을 잘 못 하는데, 바로 내가 그랬다. 풍산개와 리트리버의 피가 섞인 진돗개가 어느 정도까지 자랄 수 있는지, 키 160㎝ 정도인 인간과 나란히 서면 어떤 그림일지, 고작 산책줄 하나로 이어진 상태에서 개가 고양이를 쫓아 로켓처럼 튀어 나가면 여자 인간이 얼마나 힘을 줘서 버텨야 하는지…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아니, 알기는커녕 개를 기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천둥이는 내 첫 개다. 보통 큰 개는 한 번이라도 개를 길러본 사람이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도 개를 기른 적 없는 나에게 천둥이가 온 건 순전히 밀푀유 파이처럼 겹겹이 쌓인 우연과 인연의 결과였다.
도시, 그것도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메가시티인 서울에서만 30여 년 넘게 살아온 난, 많이들 그렇듯 개라는 생물에게 근거 없는 호의와 애정을 표해왔으나 그뿐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개를 기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비인간동물에 대해서는 시골 어르신 정도로 지극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지만, 개 자신을 위해서라도 자고로 개는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엄청나게 바쁘고 시끄럽고 복잡한 아스팔트 도시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과제이지 개에게 주어진 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