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홍콩에서 미국으로 가던 화물선이 북태평양 해상에서 폭풍우를 만나 침몰할 뻔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때 바다에 빠진 컨테이너에서 2만 8000여 개의 고무 오리 장난감, 러버덕Rubber Duck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 사고는 뜻밖의 결과를 불러왔다. 러버덕이 무려 20여 년 동안이나 바닷물의 흐름을 타고 호주 북부 해안가를 시작으로 알래스카, 캐나다, 미국을 거쳐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해안까지, 그야말로 전 세계 바다를 돌며 여행한 것이다. 20년간의 러버덕의 행로는 해양학자들의 해류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러버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한 설치예술가가 환경오염 문제를 환기하기 위해 초대형 러버덕을 제작, 전 세계를 돌며 순회 전시를 열었다. 잠실 석촌호수에도 등장했던 바로 그 러버덕의 원조).
바닷물은 아무렇게나 이리저리 흘러다니는 게 아니라 거대한 길을 따라 움직인다. 이를 ‘해류’라고 한다. 해류는 크게 표층 해류와 심층 해류, 두 종류로 나뉜다. 표층 해류는 바람이 바다 표면에 가하는 마찰력 때문에 생겨난다. 한반도 주변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쿠로시오 해류에서 갈라져 나온 황해 난류, 동한 난류, 대마 난류 등이 흐르는데, 이들 중 차가운 성질의 것과 따뜻한 성질의 것이 만나 풍부한 어장(조경 수역)을 형성한다.
심층 해류는 바닷물의 일부가 열과 염분을 품으며 주변 바다와 밀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생겨난다. 추운 북극 해역, 겨울에 더 차가워진 표면 쪽의 바닷물은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러다 수심 약 2000m에서 가라앉기를 멈추고 수평 방향으로 적도를 향해 흘러간다. 표층수가 가라앉으며 생긴 빈 공간은 중위도 지방에서 올라온 따뜻한 물이 메운다. 심층 해류는 2000~4000년에 걸려 지구 전체를 돈다고 하니, 한낱 인간의 관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다.
다양한 해류는 지구의 구석구석을 느리지만 끊임없이 오가며 물질과 열을 운반함으로써 지구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해류가 더운 곳의 열을 추운 곳에 전하고, 추운 곳의 냉기를 더운 곳에 전하며 지구 온도의 균형을 맞추어주기 때문에 지구상 모든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차가워져야 할 바다가 데워지면서 이 거대한 순환이 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생명으로 치면 혈액 순환이 막히는 것과 같다. 그 결과가 어떨지 두려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