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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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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들려주는 한국현대사

3·15부정선거와 4·19혁명

1960년 자유당의 이승만 정권은 정당한 선거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계획한다. 눈앞에서 민주주의가 누더기처럼 짓밟히는 것을 본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꽃같은 청년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 위에 피운 민주주의라는 꽃을, 지금 우리는 잘 지켜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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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 아무리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덥지? 게다가 요 며칠 즐거워야 할 밥상머리에서조차 아무 말도 않고 밥만 먹는 아빠 때문에 집안 공기도 무거워져서 불편하기도 하지? 너희들끼리 쓰는 말로 짱나는 날들일 거야.

그래, 네가 짐작하다시피 아빠의 불편한 심기는 그놈의 청문회 때문이야. 이번 청문회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내외의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의 직원들이 각종 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왜 그랬는지를 밝히기 위한 거야.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단 게 무슨 잘못이냐고? 음, 무조건 잘못이라는 건 아니야. 공교롭게도 그 글들이나 댓글이 특정 후보에게는 유리하고 다른 후보에게는 불리한 것이어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가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그런 일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파헤쳐보자는 거지.

그런데 정작 청문회 모습은 울화가 치밀 정도로 한심했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려는 쪽과 마치 변호사라도 되는 것처럼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쪽으로 나뉜 국회의원들, 거짓 없이 증언하겠다는 선서도 거부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증인들을 보면서 한숨을 참을 수 없었어. 나라의 중요한 일을 수행하노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책임감이 없을까 싶기도 하고, 생중계를 통해 국민들이 뻔히 보는 걸 알면서도 어찌 그리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할까 싶기도 하고. 

괜히 아빠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며칠 동안 썰렁해졌다면 미안! 아빠가 수양이 덜 된 덕분이니 마음씨 넓은 너희가 너그럽게 이해해주렴.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둬. 좀처럼 가실 것 같지 않던 무더위도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다가오니 한풀 꺾이는 게 피부로 실감나잖니? 며칠 전만 해도 더워서 도무지 잠이 안 온다며 선풍기를 틀고 잠자리에 드는 너희도 요즘 새벽녘엔 추워서 이불을 끌어안고 자더라. 자연의 섭리란 게 그렇게 무섭듯이, 옳고 그름도 언젠가는 밝혀지게 돼 있어. 그것 역시 자연의 법칙처럼 변하지 않는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