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날씨답게, 2013년 4월17일에도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거리로 나왔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부터 밤을 샌 사람도 있었다.
영국의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1925~2013)의 장례식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장례식이 열린 곳은 세인트 폴 성당. 영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20세기 최장수 총리인 그녀의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비롯해 170여개 국가의 전·현직 지도자가 참석해 추모 의식을 함께 했다. 우리나라도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조문특사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엄숙했던 성당의 분위기와는 달리 운구차 행진이 예정된 거리는 다소 산만했다.
루드게이트 힐 거리의 군중들은 모두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지만, 각자 목적은 달랐다. 운구차가 지나가는 동안 유니언잭(영국의 국기)을 흔들며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운구행렬에 등을 돌려 반감을 표명하거나 팡파르를 연주하며 “마녀가 죽었다”고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언론과 유명 인사들도 친親대처파와 반反대처파로 나뉘어 그녀가 영국에 남긴 유산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쏟아냈다.
보수당 최초의 여성 대표이자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대처는 단호하고 과감한 결단력과 실행력으로 유명했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 영국 간의 포클랜드란 영토의 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즉각 무력 대응을 결정하고 군대를 파견해 세간의 놀라움을 샀다. 또한 그녀는 공식석상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과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소련은 그런 그녀를 피도 눈물도 없는 ‘철의 여인(The Iron Lady)’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지금 영국은 ‛철의 여인’이 필요합니다.” 그때부터 그녀의 별명은 ‘철의 여인’이 되었고, 2011년엔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