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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만화가 이두호 선생님을 뵈었을 때(머털도사 시리즈로 유명한 한국 만화계의 대부), 그분이 하셨던 얘기 한 토막.
늘 흥얼거리던 동요 한 곡이 어느 날 마음에 걸리더란다. “따르릉, 따르릉, 비껴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노인 꼬부랑노인” 아,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는데, 마지막 소절,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가 걸리더라고. 꼬부랑 노인을 조심조심 보호하자는 내용이 아니라 꼬부랑 노인에게 겁을 주는 노랫말이란 거였다. 노랫말이 뭔가 잘못 된 게 아닌가 싶으셨단다. 몇십 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불렀던 그 노랫말이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린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라고 하셨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어떤 눈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참 달라 보이는 것 같다. 인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든 사람들이 인생을 대하는 자세는 무척 다르다. 어떤 태도가 옳은지, 그른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많이 다르다. 나이가 들면 자신감과 치기가 넘쳐나던 젊은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일 것 같다.
헤밍웨이는 사나이다운 삶을 살았던 작가다. 사냥과 낚시, 모험을 즐기고, 1,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내란이 한창인 스페인을 여행하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젊은 시절 아프리카 대륙을 휩쓸며 사냥에 탐닉했고, 카리브 해의 돈키호테로 불릴 만큼 열정이 끓어 넘치는 사람이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