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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기 ③

산타할아버지의 고향은, 터키의 뎀레

소복한 눈이 내리면 더 근사한 성탄절 이브. 아이들은 행복한 기다림에 설렌다. 밤새 몰래 찾아와 선물을 주신다는 산타할아버지. 어린 시절, 가장 판타지했던, 잊지 못할 추억이다. 산타할아버지는 수많은 선행을 베푼 성 니콜라스 주교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오랜 설화 속 인물. 산타할아버지의 고향이 북유럽 핀란드라고? 아니, 아니, 진짜 고향은 터키의 뎀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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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난 지 꼬박 하루가 지났다. 비행기 안에서 슬쩍 눈을 붙이고는 새날을 맞아버렸다. 여행객의 무거운 짐은 짐칸에서 자고, 낯선 곳에 대한 설렘에 쫓겨 여독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여장(旅裝)을 풀 숙소 대신 안탈랴 공항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미니버스를 타고 곧바로 여행을 시작했다. 

두 끼 내리 기내식을 먹은 터라 일단 식당부터 찾았다. 터키에서의 첫 식사.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겐 여행 후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게 음식이고, 음식에 대한 향수 때문에 다시 그곳을 그리워하곤 한다. 식당은 조촐했다. 잘 구운 빵에 신선한 샐러드와 고기(닭고기, 양고기, 소고기)를 꼬치에 끼워 구운 케밥과 생선구이, 갖가지 소스가 차려졌다. 케밥은 터키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작게 썬 고기 조각을 구운 것인데 꼬치구이에 가깝다. 한국에서 먹어본 케밥은 터키의 길거리 음식으로, 정통 케밥과는 좀 거리가 있다. 맛있는 빵을 뜯어 케밥 한 조각과 야채 샐러드를 곁들여 요거트 소스 등에 찍어 먹는데, 여행 내내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전혀 질리지 않았다. 

가이드 훌리아가 버스에서 에메랄드빛 지중해가 넘실대는 안탈랴를 세계적인 휴양지라고 소개했지만, 아직 휴양지의 진면목을 보기 전이다. 굽이굽이 지중해를 끼고 돌긴 했지만 해변에 닿지는 않은 탓이다. 작고 소박한 시골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나와 금세 첫 여행지에 발이 닿았다. 안탈랴주 뎀레(성 니콜라스가 살았던 당시의 지명은 미라 Myra)에 있는 성 니콜라스 교회였다. 후대 사람들이 산타의 실제 모델인 성 니콜라스를 기리기 위해 지은, 작은 성당이다.  

선행과 자비의 화신, 성 니콜라스 주교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낯익은 풍경 탓이다.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늘어지게 누워 있다. 매표소로 가는 입구에는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있는데, 터키를 대표하는 디저트 젤리, 로쿰 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다. 로쿰 상자의 크기와 디자인, 쌓아놓은 품새가 감귤초콜릿, 한라봉초콜릿을 쌓아놓은 제주의 기념품 가게와 어찌나 닮았는지 재미있다. 리어카에 향신료를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는 한국의 시골할머니처럼 몸빼를 입고 계시다. 이국적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친근한 풍경이라 더없이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