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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

교황보다 존귀한 나의 삶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교황이 주인공인 코미디 영화다. 코미디 장르라고 해서 교황을 가볍게 묘사하거나 신성모독 같은 농담을 던지지 않는다. 교황과 교황청 사람들의 엄숙함과 순수함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볼 뿐이다.
그러기에 이 영화는, 종교와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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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임의사를 밝히고 물러났다. 그는 교황직이 생긴 이래 600여 년 만에 스스로 사임한 교황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 새로운 교황 프란치스코가 베드로의 266대 후손으로 즉위하며 베네딕토 교황의 뒤를 이었다. 

<우리에게 교황이 있다>는 떠나간 교황 베네딕토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 속 주인공 멜빌은 교황으로 선출되자마자 사임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임하고자 하는 멜빌의 꿈이 현실화되면서 영화는 ‘코미디’의 장르성을 갖기 시작한다. 즉, 이 작품에 내재된 코미디의 원류는, ‘교황이 사임 같은 것을 꿈꿀 수 없다’는 가정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영화는 2011년에 만들어졌다. 그때까지 ‘교황의 사임’은 영화 속 코미디에서나 다룰 법한 소재였다. 그런데 2년 후 교황 베네딕토가 사임을 발표했다. 코미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진 셈이다. 

베네딕토의 사임은 당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교도들은 그가 짊어진 십자가를 내려놓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그의 건강문제를 사임의 공식적 이유로 밝혔지만, 속세 사람들은 그 말을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뒤이어 바티칸에서 정치적 암투가 있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교황의 사임이 ‘교황청의 부패와 비리’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베네딕토는 소문으로 떠돌던 교황청 내부의 부정부패와 동성애 실태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는데, 그 결과가 워낙 추악한데 충격을 받고 물러날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뭐, 음모론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