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은 전후문학을 논의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피비린내 나는 동족 간의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고착된 ‘분단’이라는 상처, 곧이어 들어선 부패한 한국 정부. 이러한 사회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뿌리조차 송두리째 뽑혀버린 소시민에 대한 리얼한 묘사는 ‘오발탄’이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사회적 공감을 자아냈다. 이에 힘입어 같은 제목의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해방 이후 최고의 영화로 <오발탄>(유현목 감독)을 꼽았다고 하니, 영화적 성취도 거머쥔 셈이다.
오발탄(誤發彈)은, 잘못 발사된 탄환. 고질적인 치통을 견뎌내며 자신의 짐을 묵묵히 감내하던 철호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그 순간 ‘오발탄’ 신세가 되어 길을 잃고 만다. 그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송철호(宋哲浩)는 계리사 사무실 서기다. 그는 여섯 시가 넘도록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마땅치 않아서인 듯하다. 철호의 등에는 무거운 짐이 올려져 있다. 어린 딸도 제대로 못 먹이고 못 입혀 가슴이 아리고, 아내를 가난과 병고에 지치게 만드니 못할 노릇이다. 정신을 잃고 고향으로 ‘가자! 가자!’ 외치는 어머니의 바람을 들어줄 수도 없고, 미군들에게 몸을 파는 양공주 노릇을 하는 여동생 영숙은 대하기가 두렵다. 남동생 영호는 철호에게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다 식구들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철호의 대답은 단호하다.
“그렇게나 살자면 이 형도 벌써 잘 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