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원을 다람쥐처럼 오가느라 자잘한 일상의 소중함조차 제대로 느낄 여유가 없는 지금의 청소년들을 보면, 이 시대 어른들이 원망스럽다. 숙제와 시험에 지쳐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시간조차 없지 않은가.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지 않은가 말이다. 더구나 이대로 휩쓸려 가다보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우치고 그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도 못한 상태로 어른들과 사회가 규정해놓은 돈과 출세, 혹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눈앞의 현실에 짓눌려 게임 속으로 숨어들어 관계를 성찰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방치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지금, 여러분에게 이런 물음을 던진다면 아마도 황당한 표정을 짓겠지.
“진정 네가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이지?” “올바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을 말하는 걸까?”
윤리학이란 바로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스스로 여러 가지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해 스스로 하나하나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일깨워주는 학문이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여전히 윤리학이 고리타분해 보이네.
게다가 윤리학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또 어떻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윤리학에 대해 견고한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학생들 역시 윤리학이란 철학자들의 물음과 답, 사회가 정해 놓은 고리타분한 의무를 배워야 하는, 혹은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윤리학이란 현실 상황과 거리가 먼 고상한 말에 불과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윤리학이 삶의 기둥이 되는 실천적인 방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페르난도는 아주 쉽고 편안하게, 또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윤리학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이 글보다 훨씬 더 재밌게.
페르난도 사바테르는 우선 우리가 가진 이와 같은 선입견을 박살내면서 시작한다. 사바테르는 열다섯 살의 아들에게 윤리학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한다. 실제로 자신의 아들 아마도르가 졸리지 않고 윤리학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재미난 양념을 곁들여서 말이다. 그는 윤리학이 장황한 학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윤리학은 도덕적 관념이 아니고, 더군다나 “윤리학이 종교수업을 대신하는 것은 불행하다”고 단언한다. “윤리학은 교리문답을 뒷받침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며 오늘날에는 특히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