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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릴 때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의 온갖 버전을 접했고, 또 어린이용 버전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었고, 텔레비전 외화 시리즈로도, 영화로도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찰스 디킨스는 아는 작가인데도 그의 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의 소설 《위대한 유산》도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했지만 그저 대중성 있는 이야기꾼이려니 하는, 섣부른 판단을 혼자 내렸던 것 같다. 그래서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의 뒤표지에 적힌 글을 읽고 조금 놀랐다.
“톨스토이가 ‘19세기 최고의 문호’로 존경한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품에 대한 명성 역시 문학 외적인 곳에서 들려왔던 걸로 기억한다. 뮤지컬 공연이 있었고, 문화판 곳곳에서 《두 도시 이야기》에 대한 얘기들이 떠돌았다. 그제야 비로소 디킨스의 문학이 궁금해졌다. 소설에 대한 별다른 정보도 없이, 그저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프랑스 혁명기를 다룬 역사소설이라는 단편적인 정보만 읽고 책장을 열었다. 표지를 열고 첫 문장을 대면한 순간, 톨스토이의 말이 떠올랐고, 그의 문학에, 그의 필체에 압도됐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들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