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기가 십상이다. 늘 보던 것만 보고, 듣던 것만 듣는. 미술 감상의 경우는 더하다. 고전미술은 좀 따분하고, 르네상스 이후의 미술은 인상주의만 눈에 낯익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라틴미술은 어떨까? 무얼 그리고, 무얼 고민할까?
하지만 미술 전공자가 아닌 경우 자료를 찾는 일부터 녹록치 않다. 그리고 자료를 읽다보니, ‘라틴 미술’이라고 뭉뚱그리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임을 깨닫는다. 아시아의 범주에 중국과 일본과 한국을 집어넣고 보면 공통점이야 있겠지만, 공통점 속에 감춰둔 개성이 얼마나 다른지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럼에도 라틴 미술의 맥락 하나를 꼽으라면 후손들이 ‘혼혈’ 인종이라는 데에서 비롯된다. 알다시피 라틴 아메리카는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의 지배와 영향력 아래 있었고, 덕분에 흑인, 유럽인, 아시안인까지 섞인 다양한 인종들이 둥지를 틀게 된다.
‘혼혈 후손’이라는 라틴의 정체성은 라틴 미술의 독창성의 토대다. 다양한 인종이 섞이듯,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면서 화려하고 강렬한 라틴 고유의 미술이 탄생한다. 또한 여기에 라틴의 신화와 전통이 만나면서 신비로운 환상주의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