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도구를 사용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그 정도론 근거가 약하다. 전혀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도 있다.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해 보자. 어쩌면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근대 이후 인간은 자연보다 우월한, 자연의 정복자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생각들도 많다. 아무리 인간이 뛰어난 문명을 이룩해도 자연의 힘, 우주의 법칙을 이길 수는 없다. 우리나 동물이나 모두 거대한 우주의 자그마한 존재일 뿐이다. 인간이 동물을 통해서 배우는 것은 결국, 우리도 자연의 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겸손이 아닐까?
<개를 기르다>에는 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 <마당의 풍경>, <세 사람이 보낸 날들>, <약속의 땅>. 앞의 세 단편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과정을 그린 만화다. 열네 살이 된 애완견 탐이 점점 쇠약해지면서 죽어가는 과정을 그린 <개를 기르다>, 탐이 죽고 1년 후 주인에게서 버려진 고양이 보로를 떠맡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고양이를 기르다>, 보로가 낳은 새끼들과 함께 하는 나날을 그린 <마당의 풍경>. <세 사람이 보낸 날들>은 여름 방학을 맞아 친척 아이인 아키코가 잠깐 들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약속의 땅>은 안나 푸르나봉을 오르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니구치 지로는 15년간 기르던 개가 죽은 후, 그 경험을 만화로 그려보고 싶었다. 강아지일 때부터 시작하여 개와 함께 하는 생활을 그린 장편을. 하지만 잡지에서는 단편을 원했고, <개를 기르다>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열네 살이 된 탐은 더 이상 뛰지 못하고 걸음걸이조차 위태위태해진다. 점점 쇠약해지면서 다리를 끌어 발톱이 갈라지고, 누운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지 못해 용변을 봐버리고 만다. 부부는 극진하게 탐을 보살핀다. 하지만 밤이 되면 낑낑거리고, 산책을 시키려면 개의 체중을 모두 손으로 지탱해야만 하기 때문에 너무 힘이 든다. 아니 가장 힘든 것은 바로 개 자신일 것이다. 경련을 하고, 링거를 맞으면서도 개는 아직 살아 있다. 그걸 지켜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살려고 하는 거지? 왜 이토록 힘들게 하는 거지? 탐.'이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