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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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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해설

<우상의 눈물>,

'우상'을 무너뜨린 진짜 권력의 메커니즘

기표는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일말의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아이들 눈에 기표는 구제불능이자 악마로 보인다.
그런 기표가 어느 날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흡사 냉혈한 같은 기표는 무엇이 그리 무서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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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무대는 ‘학교’. 시대적 배경은 정치 사회적으로 암울했던 70년대 말. 소설의 첫 소절을 볼까?

학교 강당 뒤편 으슥한 곳에 끌려가 머리에 털 나고 처음인 그런 무서운 린치를 당했다. 

소설은 1인칭 서술자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서술을 담당한 ‘나’(유대)가 재수파(진급을 못하고 유급된 아이들)와 그 대장인 기표에게 무시무시한 린치를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서슬 퍼런 폭력의 기운이 오싹하게 전해지더군. 유대는 공부를 썩 잘하지만 극히 평범해 보이는 아이인데,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대해 거리를 유지한 채 조금은 냉소적인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어. ‘나’는 세 명의 인물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를 서술하는데, 최기표와 임형우, 담임선생님이 그들이야. 기표는 흡사 악마의 자식 같은 구제불능의 문제아이고, 임형우는 이학년 삼반 반장을 맡은 모범생이지.

‘우상’이란 말은 숭배의 대상을 말하는데 소설 초반부에서 눈에 두드러지는 우상은 기표야. 기표는 재수파를 거느리며 거침없는 폭력을 앞세워 학급 전체에 군림하는, 두려움과 숭배의 대상이지. 그리고 눈물을 흘린 우상 역시 기표야. 소설을 끝까지 읽고 보니, 모든 권력은 우상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