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은 생물학적인 어떤 것이다.”라는 주장 자체가 일종의 성 담론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주장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인간의 성이 단순히 ‘본능적·원초적·동물적’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성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도 다가갈 수 없다._ 김재기, 《섹슈얼리티에 말을 건네다》
앞뒤 문맥이 부족하긴 하지만 글의 요지를 파악하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성(性)을 생물학적인 견해에서만 보려고 하면, 제대로 성(性)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성을 생물학적인 어떤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나의 성 담론이라고 보았지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담론’이란 뭘까요? 생각이나 견해, 주장과는 달라 보이는데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담론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언어학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입니다. 프랑스에서 발간한, 대학 진학을 앞둔 청소년을 위한 사전에서는 ‘담론’을 언어학적, 문학적, 이데올로기적 의미로 나누어 풀이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다루느냐에 따라 논의의 줄기가 달라지기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담론의 의미가 복잡하단 얘기인데요, 여기서는 일반적인 쓰임새에 집중해서 이해해볼 생각입니다.
담론(談論)의 한자어를 살펴보니 ‘이야기’를 뜻하는 담談과 ‘의논하다’를 뜻하는 논論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자어를 봐서는 ‘이야기를 나누고 논의한다’라는 뜻인데요, 국어사전을 보니, 여기에 보태 ‘어떤 주제에 대한 체계적인 말이나 글’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둘을 근거로 뭉뚱그려서 풀이하면, 어떤 주제에 대한 체계적인 생각을 나누고 토론한다는 뜻입니다. 사전적으로 보자면, 논의할 주제나 대상(성 담론의 경우 성(性)이 주제요, 대상이 되겠지요.)이 있고, 이것에 대한 어떤 논리와 체계를 갖춘 말이나 글의 집합이 바로 ‘담론’입니다. 더 쉽게 풀이하자면 담론은 ‘무엇(대상)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에 대한 체계적인 생각을 나누는 것이므로, 설명이나 개념과는 다릅니다. 예를 들면 ‘복지(福祉)’라는 개념과 ‘복지’ 담론은 다릅니다. 복지라는 개념은, 복지는 무엇무엇이다라는 설명이나 정의이지만, 복지 담론은 복지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들, 설명이나 주장, 논쟁을 포함한 이야기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