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서서히 달궈져오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열기만큼 부쩍 상승 중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온이 초래한 무서운 재앙들이 속출하고 있고, 인류는 막연했던 지구 환경의 변화를 몸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애써 무시하려 해도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한편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들이 과장된 호들갑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만, 양자의 견해차가 얼마나 벌어졌든지 간에 환경문제로부터 홀가분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이아’라는 용어를 처음 본 것도 환경과 관련된 글에서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어머니 대지(Mother Earth)의 다른 말, 가이아. 어렴풋하게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이아를 환경문제에 대한 자각과 생태계 선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금은 감상적인 사회과학 용어라고 짐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이 어림짐작에 머물러 있었지요. 그러다 우연히 ‘가이아’라는 용어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궁금증이 고개를 내밀더군요. 왜 지구를 ‘가이아’라고 부르는지, 어디에서 유래한 말인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 말인지. 그리고 관련 글을 읽어나가면서, 어렴풋이 아는 것은 잘못 아는 것일 확률이 높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우선 가이아는 상상했던 이상으로 과학적 논리를 든든히 갖춘 하나의 가설 혹은 이론이었습니다.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가 단지 여러 생명체들이 기대 사는 암석덩이가 아니라, 자기조절능력을 갖춘 유기체로서, 생물들이 살기에 적합하도록 스스로 적당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일종의 피드백 장치를 가진 특별한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런 지구에게 가이아라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화학자요, 의학자, 생물물리학자이며 대기과학자인 러브록은 지구의 역사와 생물학 등의 과학적 근거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합니다. 1970년대 초 처음 러브록이 주장한 이 이론은 이후 고생물학, 지질학, 기상학, 지구과학, 환경과학, 생태학 등 지구 역사와 생물과 관련된 여러 학문 분야에서 진지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가이아는 지구의 환경문제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가이아가 현재의 환경문제의 해법을 위한 방법론일 것이라고 짐작해서는 안 됩니다. 가이아가 생태학적 관점과 맥이 닿아 있고 환경주의와 관련해서 여전히 중요하게 인용되고 있지만 가이아 이론을 주장한 러브록은 환경문제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에 대해 경계하는가 하면, 환경오염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환경론자들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아는 지구환경 문제와 관련된, 유의미한 점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