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얼굴이 이랬었나? 한 달에 한 번, 고향에 내려가 오랜만에 엄마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에 파문이 인다. 내가 기억하는 모습보다 나이 든 엄마의 얼굴. 내 깨끗했던 뺨에도 이전과 달리 옅은 기미가 올라와 있다. 하지만 엄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두세 걸음은 빠른 것 같다. 나의 것과 같은 속도로 엄마의 시간이 흐르면 좋을 텐데. 내가 바로 설 때까지 엄마가 기다려주면 좋을 텐데. 엄마의 시간을 붙들고 싶다.
그러나 시간은 물리적으로 멈출 수 없다. 달리 붙드는 방법이 있다면, 포착한 그 순간을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는 일이 아닐까. 아니 에르노의 소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치매와 노환으로 쇠락해가는 어머니의 시간을 낱낱이 붙잡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읽히는 책이다. 책의 제목은 그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썼던 글의 문장이다.
작가소개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
노동자에서 소상인이 된 부모가 꾸린 소박한 프랑스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노르망디의 소읍 이브토에서 보냈고 루앙 대학교를 졸업,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해 정식 교원과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자전적인 소설 《빈 장롱(Les Armoires vides)》(1974)으로 등단했으며,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다룬 《남자의 자리(La place)》(1984)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 전후부터 오늘날까지의 현대사를 대형 프레스코화로 완성한 《세월들(Les Années)》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자신이 태어나기 전 여섯 살의 나이에 죽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다른 딸(L'autre fille)》을 선보였고, 같은 해에 12개의 자전 소설과 사진,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Ecrire la vie)》를 갈리마르 콰르토Quarto 총서로 출간하며 생존하는 작가로는 처음으로 이 총서에 편입되었다. 2003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되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어머니가 나의 어린 딸이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