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최후의 만찬’ 하면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을 떠올려. 하지만 이번에 볼 그림은 페루 화가 마르코 사파타가 그린 작품이야. 왜 같은 그림이 여러 개냐고? 최후의 만찬이란 기독교 일화가 너무 유명해서 수많은 화가가 각자 나름대로 묘사했기 때문이야. 그럼 먼저 최후의 만찬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보자.
성경에 따르면, 예수님은 죽기 전에 제자 열두 명을 모아 만찬을 열었대. 그날이 ‘유월절’이라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걸 축하하는 기념일이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식사하던 중 예수님은 열두 제자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을 팔아넘겨서 곧 죽고 말리란 청천벽력 같은 예언을 해. 당연히 제자들은 그럴 리 없다고 손을 내젓지만, 진짜로 돈을 받고 예수를 팔 작정이었던 제자 유다는 입을 꾹 닫고 있었지. 바로 이 식사 자리에서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며 “이 빵은 나의 살이요, 이 술은 나의 피다”라는 말을 남겨. 앞으로 빵과 포도주를 먹을 때마다 신앙심을 더 키우라는 의미지.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위에서 읽은 이야기와 그림을 비교해 보자. 예수님과 열두 제자가 식탁 주변에 둥글게 모여 앉았네. 예수님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예언을 하고, 제자들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내젓는 참이야. 그런데 작품 오른편 하단, 유일하게 예수님에게서 시선을 뗀 채 관람자를 똑바로 쳐다보는 사람이 보이니? 이 인물이 예수를 배신한 제자 유다야. 유다의 오른손을 보면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는데, 바로 식탁 밑에 숨겨둔 돈주머니야. (사진_마르코 사파타 ‘최후의 만찬’, 1753, 유화, 쿠스코 대성당)
이 작품은 성경 이야기를 충실하게 그려낸 것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독특한 묘사가 포함돼 있어. 식탁의 음식에 주목해보자. 가운데 커다란 접시에 놓인 고기, 도대체 정체가 뭘까? 보통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땐 주 요리 자리에 양고기나 생선을 그려 넣어. 왜냐하면 양이 예수님을 상징하는 동시에 희생양을 의미하고, 생선은 기독교를 상징하는 음식이거든. 그런데 저건 아무리 봐도 양이나 생선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