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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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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살린 건축가, 프랭크 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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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 세상에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유형의 건축물이 세워져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건 도저히 건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무릇 건물이란 땅으로부터 수직으로 우뚝 솟아 있어야 하는데 이 건물은 땅을 타고 옆으로 길게 휘어져 있었고, 벽과 천정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런 구분이 없이 번쩍거리는 커다란 휘어진 덩어리가 있을 뿐이었다. 티타늄판으로 덮인 이 제멋대로 생긴 덩어리는 흡사 우주에서 떨어진 미확인 비행체나 외계인처럼 보였다. 이 건물은 스페인 빌바오시에 지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미국 뉴욕에 있는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점이다.

이를 설계한 사람은 프랭크 게리. 1980년대 전후 해체주의[1] 건축으로 유명했던 건축가였다. 그는 1980년대부터 이런 해체적 건물을 디자인하기는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선보인 이래 명성을 얻었다.

몰락하던 빌바오시를 살려낸 건물 하나  

 사진_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는 산업화가 시작된 19세기에 활황을 누렸던 스페인 북부의 조그마한 도시다. 이곳 철광산 인근에 제철소와 조선소 같은 중공업 시설이 많이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르러서 철광 매장량이 고갈되고 테러가 횡행해 도시는 쇠락하기 일보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