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4
사회, 문화
목록

반려견 천둥이와 살기

베란다와 복도를 거쳐 천둥이, 당당히 집 안에 입성하다

image

마당개로 데려왔던 대형견 천둥이가 아버지를 따라 시골생활을 청산하고 서울에 온 건 따스한 봄기운이 천지에 가득했던 2020년 5월 중순이었다. 흰색 트럭에서 훌쩍 뛰어내려 보무도 당당히 필로티 주차장에 한 발을 내디디는 그의 모습은 뭐랄까, 영토를 넓히는 <라이온킹>의 심바 같았달까.

베란다에 지어진 5성급 개호텔

그러나 이미 말했듯이, 비인간동물에 대해 시골 어르신만큼이나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우리 부모님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는 만무했다. 리트리버와 진돗개의 피를 받아 1년 365일 털이 풀풀 빠지며 날리고, 무엇보다 밖을 자유로이 쏘다니는 네 발을 집 안에 들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처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현관, 거실을 지나 천둥이가 곧장 향해야 했던 곳은 다름 아닌 ‘베란다’였다. 자고로 ‘개는 (무조건) 밖에서!’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을 강아지를 베란다에 처넣고 문을 꽝 닫아버리는 냉혈 인간으로 생각하진 않길 바란다. 복도형으로 길쭉하게 생긴 우리 집은 외부 베란다도 그에 따라 (넓진 않지만) 길쭉한 형태다. 지나가는 사람과 날아가는 새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천둥이가 마음만 먹으면 약 7~8m를 뛸 수도 있다. 목수인 아버지는 천둥이를 위해 온갖 장비를 끙끙거리며 들고 와 직접 철근을 잘라내고 목재를 걷어내 공간을 더 넓혀주었고, 비라도 들이칠까 두툼한 비닐을 두르고 햇빛에 덥지는 않나 매의 눈으로 살폈다. 아니, 심지어 향이 나는 목재로 집까지 지어주었는데 사방에 여닫을 수 있는 창문과 모기장까지 달린, 그야말로 5성급 개호텔이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수시로 베란다 샷시를 열고 천둥이를 살피고, 어떨 때는 아예 의자까지 놓고 앉아서 천둥이를 쓰다듬느라 불에 올려둔 냄비 밑바닥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그리하여 천둥이는 베란다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라면 ‘애브리바디 해피’겠지만 웬걸, 베란다 생활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던 천둥이는 급기야 휘이잉! 휘이이잉! 바람이 조금 세차게 부는 구나 싶던 날, ‘멍…’ 하는 작은 속삭임으로 항의를 시작하더니 곧 ‘멍! 멍멍, 멍멍멍!’ 하고 우릴 불러대기 시작했다. ‘무서워요! 들여보내 줘요!’ 덜그럭거림, 특히 펄럭임을 매우 무서워하는 것으로 밝혀진 이 생명체를 계속 베란다에 둘 수는 없었다. 

관계의 싹을 틔운 복도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