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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를 보며 아프가니스탄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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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5일, 카불 공항을 통해 그동안 아프간에서 한국의 현지 업무를 지원해온 아프간 직원과 그들의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총 390명이 한국으로 향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하며 도시 내 이동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은 제공받은 버스를 타고 다행히 공항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일본의 탈출 지원 계획 실패에서 보듯, 사전 계획이 어긋나거나 상황이 조금만 바뀌어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번 탈출은 작전명 ‘미라클’처럼,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영화 같은 현실, 현실 같은 영화

‘미라클 작전’을 보며 <모가디슈>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모가디슈>는 실화에 기초한 영화로, 1991년 반군이 장악하면서 무정부 상태의 혼란에 빠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남북 외교관의 이야기다. 지금 아프간의 상황과 비슷하다. 영화 속에서 남한의 한신성 대사는 모가디슈를 빠져나가려 하지만 통신도 끊어졌고 다른 방법이 없다. 당시 한국의 국력은 외교관 가족을 위해 모가디슈까지 비행기를 보낼 만큼 강하지 않았다. 무리를 한다면 구할 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국민 십여 명의 생명을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아마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신성 대사는 이탈리아 대사관에 가서 도움을 요청, 탈출하는 비행기의 한 자리를 얻어낸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북한 대사관이 습격을 당해 한국 대사관으로 피신했던 림용수 북한 대사와 직원, 가족들도 함께였던 것. 한신성 대사는 북한 대사관 직원들 또한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함께 탈출해야 한다고 간곡히 부탁해 승낙을 얻어낸다. 

비행기에 탈 수 있게 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한국 대사관에서 모두를 데리고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가는 게 더 문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반군의 검문 등을 피해 남과 북의 사람들이 네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위험한 시가지를 관통하여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하는 장면은 <모가디슈>의 클라이막스다. 수많은 반군의 집중 사격을 이겨내고, 마침내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 도착하여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을 보고 울컥하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번 카불 상황도 똑같았다. 미라클 작전에서도 모든 사람을 공항까지 버스로 이송하지 않았다면 탈출할 수 있었던 인원이 확 줄었을 것이었다. 공항까지 오는 과정은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난관이었다. 일본도 이 난관을 넘지 못했다. 

우리 모두의 과거가 담긴 <모가디슈>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