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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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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백화점이 주인공인 소설

화려한 쇼윈도, 넘쳐나는 물건들….
입구에 들어서면 언제나 설렘을 주는 백화점.
1852년에 개장한 세계 최초의 백화점에서 당대의 거장, 에밀 졸라는 무엇을 간파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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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정확히 아는 데서 더 나은 사회가 탄생할 수 있다.’ 

에밀 졸라의 작가관은 이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소설을 통해 자기 시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엄격하게 비추고자 했다. 특히 그의 소설의 배경인, 19세기 후반은 인간 삶의 모든 면에서 자본과 상업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시기다. 따라서 독자는 그의 작품에서 자본을 등에 업은 새로운 상업이 어떻게 사회구조와 인간의 일상생활을 바꿔놓는지 엿볼 수 있다. 

이런 특징들 때문인지 그의 소설에서는 묘하게 오늘날의 한국 사회의 어떤 현상과 모습들이 겹쳐 보인다. 자본을 등에 업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 골목상권을 잠식한 대형마트나 플랫폼 기업의 등장 같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1883)은 기본적으로 로맨스 소설의 구성을 취한다. 대담한 사업 수완과 감각이 있는 백화점 사장 옥타브 무레와 막 시골에서 상경해 백화점에 판매원으로 취직한 드니즈 보뒤는 차츰 서로의 눈에 들고, 결국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러한 신데렐라 스토리는 오늘날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사실 이 소설에서 인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백화점’이다. 작가는 소설 속 백화점의 실제 모델인 ‘봉 마르셰 백화점(Bon Marché, 1852년 개장한 세계 최초의 백화점)’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관찰한 후 이 소설을 썼다. 독자는 소설에서 백화점의 건축양식과 인테리어부터 백화점 내 다양한 부서의 기능, 판매원을 비롯한 직원의 업무, 쇼핑객들의 다양한 모습, 각종 세일 행사 등 판매 전략까지 백화점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