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이를 기르겠다고 데려왔을 때만 해도 우리 가족 모두는 개, 특히 대형견을 기른다는 게 어떤 건지 아주 무지한 상태였다. 몰라도 얼마나 몰랐는지, 옛날엔 다 그랬다며 짬밥 먹이며 기르면 된다는 아버지의 자신만만한 큰소리에 어머니, 나, 남동생 모두 갸우뚱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산책에 대해서도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뭐, 안 시킬 생각은 아니었다. 적당한 산책은 인간에게도 필요하니 우리 산책할 때 가끔 데리고 나가면 되겠지 뭐, 라고 생각했다. 흐흐… 지금 와서 그 순진했던 때를 생각하니 입꼬리가 비틀리며 미소가 흐른다.
우리 가족이 산책의 무게를 깨달은 건 천둥이가 5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다. 당시 천둥인 아버지와 단둘이 강원도 산골에서 목줄에 얌전히 매여 현관 앞 마당에 살았는데, 산책은 하루 두 번 정도 나갔다. 아버지가 출근하기 전인 아침 여섯 시 반에서 일곱 시 정도에 아침 산책을 다녀오고, 종일 집을 보다가 저녁 여섯 시경 퇴근한 아버지를 따라 또 저녁 산책을 나가는 식이었다.
아버지의 출퇴근은 매우 일정한 편이어서, 천둥이는 곧 그 패턴을 익히고 자기의 배변 습관을 그에 맞춰 만들어나갔다. 아주 어렸을 때 자기도 모르게 실례한 것을 빼고는 집에서 멀리 데리고 나가야지만 대변과 소변을 보는, 즉 실외 배변견이 된 것이다. 용변 보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가리는 이 작고 어린 존재의 영민함에 우리 가족은 모두 감탄했다. 개도 원래 깔끔한 환경을 좋아하는 동물이라 자신과 주인이 사는 공간은 깨끗하고 쾌적하기를 바란다는 것, 그래서 실외에 배변하는 게 당연히 본래 습성에 따르는 행동이라는 걸 나도 그즈음 인터넷을 찾아보고 알았다.
문제는 그렇게 지낸 지 2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천둥이 눈에 자꾸만 노란 눈곱이 끼길래 눈병인 줄 알고 동물병원을 찾았다. 원장님은 천둥이 눈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