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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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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고나르의 <그네>,

프랑스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로 그려져 평화롭고 나른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림이야.
그런데 이 작품, 실은 무척 발칙한(?) 주제로 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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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이 우거진 정원에서 한 여인이 그네를 타는 중이야. 복숭앗빛 치맛단이 만개한 장미처럼 풍성한 걸 보니 아마 귀족 신분인가 보지? 그림의 전체적인 색감은 눈을 찌르는 강렬함 없이 섬세하고 부드러워. 나뭇잎 사이로 비쳐오는 엷은 연노랑빛 햇살, 연두색과 하늘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잎사귀… 붓질 역시 딱딱하지 않고 우유 거품처럼 부드럽게 풀어지지. 참으로 평화롭고 따스해 보이는 풍경이야. 그러나 그림 속 상황은 겉보기완 달리 그리 평온하지 않은데….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 1732~1806
프랑스 그라세 지방에서 출생했다. 여섯 살 무렵 온 가족이 파리로 이주한 뒤 파리에서 생애 대부분을 보냈다. 열여덟 살 때 당대 유명한 화가 프랑수아 부셰가 인정했을 정도로 예술에 재능을 보였다. 그는 부셰 밑에서 수학하며,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기도 이전인 1752년 아카데미에서 표창하는 ‘로마상(프랑스 화가를 이탈리아로 유학 보내 견문을 쌓도록 하는 상)’을 수상했다. 1760년 동료 화가 휴버트 로버트와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잘 조성된 정원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 북유럽 화풍을 공부하며 느슨하면서도 힘찬 붓질을 익혔다. 1765년 아카데미에 입학한 뒤 고전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귀족들의 일상 풍경을 주목했다. 이로 인해 반세기 동안 평가절하 당했으나, 나중에 18세기 귀족 문화의 특징을 잘 포착했음이 드러나 재평가받았다. 다작한 작가로 550점 이상 그림을 남겼다.

숨 막히는 삼각관계 

이 그림엔 여인 말고도 두 사람이 더 있어. 먼저 작품 오른쪽 구석 어두컴컴한 부분에 주목해보자. 나이가 꽤 많은 듯한 인물이 보이는데, 누굴까? 바로 여인의 남편이야. 연로하여 기력이 쇠했는지 벤치에 앉아 밧줄을 움직이며 그네를 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