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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마블 영화의 단점에서 벗어난 아시안 히어로 첫 단독 주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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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의 빌런은 밋밋하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히어로 만화 회사 ‘마블’은 영화 25편을 선보였고,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슈퍼맨 등 진지했던 기존 히어로보다 가볍고 유머러스한 마블의 영웅들은 관객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고, 마블은 인기 히어로 프랜차이즈로 거듭났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초창기 마블 영화들은 몇 가지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백인 남성 일색인 등장인물들과 서사가 밋밋해 매력 없는 빌런들(​villain, 악당·괴이한 사람들​)은 어느 모로 보나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영화 <아이언맨>부터 <어벤져스>(2008~2012), 그리고 <아이언맨 3>부터 <앤트맨>(2013~2015)의 빌런들은 정복욕이나 아이언맨 부자의 직·간접적인 잘못 때문에 빌런이 되었다. <퍼스트 어벤져>의 빌런 레드 스컬, <토르: 다크 월드>의 말레키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로난은 세계 정복을 꿈꾸지만, 영화는 이들이 정복을 갈망하는 이유를 관객에게 충실히 설명하지 않는다. 결국 이 빌런들은 관객이 보기에 ‘그냥 나쁜 놈’에 불과하다.

문제는 빌런이 입체적이어야 히어로도 그 덕을 본다는 것이다. 빌런은 법정에 서지 않는다. 우리는 빌런의 잘못을 법적 근거가 아니라 히어로와 우리의 도덕 관념을 근거로 판단한다. 빌런들의 악행 동기가 무엇인지, 그러한 동기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는지 밝히는 과정에서 빌런과 대비되는 히어로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히어로에게 공감하고, 히어로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한다.

마블도 이와 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부터는 히어로뿐만 아니라 빌런도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때부터 빌런들은 주인공 히어로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이들이 악행을 저지르게 된 동기 역시 훨씬 명확해졌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빌런인 웬우도 마찬가지다. 웬우는 주인공 샹치의 아버지이며 테러 집단 ‛텐 링즈’의 수장이다. 그는 아내를 잃은 뒤 아들인 샹치에게 가혹한 훈련을 시키고 딸인 샤링은 방임한다. 결국 남매는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도망친다. 그러던 중 웬우는 죽었다고 생각한 아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목소리는 자신이 고향 마을 ‘탈로’에 갇혀있으니 구해달라고 말한다. 결국 웬우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평화로운 탈로를 파괴하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