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인류가 언제 제일 처음 면도를 했는지 알기는 불가능해. 왜냐고? 간단해.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야! 대략 3만 년 전 선사 시대에도 인류는 면도를 했던 것 같아. 선사 시대 인류라고 하면 보통 털이 덥수룩한 모습으로 상상하기 쉽지만, 놀랍게도 고대 벽화에는 조개를 핀셋처럼 사용해서 털을 제거하는 인류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조개뿐만 아니라 부싯돌, 흑요석, 심지어 상어 이빨까지 사용했던 것 같아. 당연히 지금처럼 깔끔하게 면도할 수는 없었겠지만, 선사 인류가 체모를 관리하지 않고 그냥 뒀을 것이란 생각은 우리의 편견에 불과해.
고대 이집트인도 면도를 했어. 매끈한 얼굴이 곧 고귀한 신분을 상징했기 때문이야. 물론 무더운 날씨에 피부병을 막기 위해서라는 위생상의 이유도 있었지. 이집트인들은 성별, 계급에 상관없이 면도를 했으며 부유한 집안은 개인 이발사까지 두었어.
반대로 그리스 로마 시대 사람들은 털을 자르지 않고 길렀는데, 알렉산드로스 대왕(기원전 336~323년)이 이 문화를 바꿨어. 대왕은 자신의 군사들에게 면도를 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일단 적과 아군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서, 그리고 백병전을 치를 때 적에게 수염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였지. 알렉산더 본인도 항상 말끔하게 면도한 모습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피부염 때문이었다는 설과 아폴론 신(수염이 없는 모습이다)과 같은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였다는 설 등이 있어.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기점으로 면도 문화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 대대적으로 유행했어.
그러나 혼자 면도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 고대의 면도칼은 무디고 무거웠으며, 오늘날처럼 얼굴을 잘 비출 수 있는 거울마저 없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귀족들은 대부분 노예의 손을 빌려 면도를 했고, 서민들은 거리의 이발사를 찾아갔어. 면도를 말끔하게 잘하는 이발사는 큰 인기를 누렸고 장인으로 대우받았아. 하긴, 오늘날처럼 면도 크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뻑뻑한 비누 거품을 이용해 깔끔하게 면도하기가 쉽지는 않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