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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사람을 위해 쓴 해양생물 백과

조선 최대의 어류 대백과 사전인 《자산어보》는 전남 신안 흑산도 인근의 해양생물들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어. 뛰어난 학술 가치로 주목받는 책이지만, 한 실학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담겨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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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 해양생물을 관찰하다

《자산어보》의 저자인 정약전(1758~1816)은 조선 후기 실학자로, 다산 정약용의 형이야. 정약용보다 네 살 위라 부모님 같은 존재였다고 해. 정약전의 학식과 학구열은 유명한 실학자였던 동생 못지않았고, 자연스럽게 서구 과학 문물에 눈을 떠 백성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 

약전은 과거에 급제한 후 규장각[1]에서 일하며 당시 임금이던 정조의 신임을 받았지. 하지만 정조가 세상을 뜨자 형제에겐 크나큰 시련이 닥쳤어.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형제 모두 먼 곳으로 유배를 가게 된 거야. 정약전이 가게 된 곳은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전라남도 목포, 그곳에서도 배로 한참 들어가야 하는 섬 흑산도였지. 흑산黑山이란 지명은 산도 바닷물도 푸르다 못해 검다고 붙여진 이름이야. 이름이 주는 느낌이 너무 어둡다고 생각했는지, 약전은 이곳을 흑산 대신 같은 뜻을 지닌 ‘자산玆山’이라고 불렀어. 

그 먼 섬에도 사람들과 다른 생명이 숱하게 많이 살고 있었어. 정약전은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바닷가에서 해양생물들을 관찰했어. 조선에는 이미 해양생물을 다룬 책이 몇 권 있었지만, 섬에는 그 책에서 본 것보다 훨씬 다양한, 심지어 흑산도에만 사는 생물들이 있었지. 약전은 생물들을 보며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는 사물의 이름과 성질을 아는 것에서부터 학문이 시작된다고 믿었기에, 물고기 이름과 성질을 그곳 주민들에게 묻고 다니기 시작했어. 주민들도 이름을 모르는 생물에겐 약전 본인이 직접 이름을 붙였는데, 그 수가 《자산어보》에 실린 전체 생물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해.  

실용적인 물고기 대백과 사전

《자산어보》에 실린 바다생물은 총 226종류. 정약전은 이들을 나름대로 분류해 세 권에 나눠 실었어. 1권에선 비늘이 있는 어류, 2권에선 비늘 없는 어류와 갑각류, 3권에는 기타 어류 및 해조류로 나누어 설명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