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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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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지구, 메타버스 <상>

인류는 이제 지구라는 물리적 공간을 초월해 새로운 디지털 지구에서의 삶을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이미 현실의 나는 메타버스와 연결돼 있다.
현실을 확장한 메타버스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주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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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01〕 메타버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새로움

디지털 기술과 관련해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메타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가상세계에만 있고 실제로는 맬 수도 없는, 구찌와 협업한 가방 아이템이 무려 465만 원에 판매되는 ‘이상한 나라의 로블록스’ 같은 세계는 나와 영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말 그런지 살펴보기 전에 이 기이한 일의 현실적인 메커니즘을 보자. 로블록스에서 판매된 구찌 가방 아이템의 최초 가격은 1.2~9달러 수준이었으니 놀라울 게 없다. 그런데 이것을 구매한 사람이 로블록스 앱스토어에 그 가방을 재판매하면서 가격이 엄청 뛰었다. 물론 메타버스 내에서만 통용되는 화폐 거래라 무작정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현상은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한 근본적인 시사점을 품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우리 삶에서 가상세계의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고, 그 결과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뭉툭해졌으며, 현실 세계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메타버스를 명쾌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들이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게 있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곁에 있었는데, 그것이 점점 더 커지고 강력해지면서 그 세계에 깊숙이 빠져들게 됐다고. 인터넷의 등장은 이미 오래전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을 열었고, 디지털 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가상세계에 발디디며 살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 일상을 나누고, 스마트폰 앱으로 포켓몬을 잡으며 놀고, 배달의 민족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등 우리의 일상은 이미 가상세계와 함께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메타버스가 우리 곁에 있었는데 왜 몰랐냐고? 여태까지는 현실 세계의 비중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져 비대면 사회를 살게 되고, 기술의 발전으로 진화를 거듭한 가상세계의 비중이 놀랄 만큼 커졌다. 이제 우리는 거대한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현실의 물리적 공간과 가상의 디지털 공간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과장돼 보인다고? 다음의 사례를 보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등교할 수 없는 미국의 대학생들이 비디오 게임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대학을 만들어 친구들과 소통한다. 어떤 교사는 메타버스 안에 작은 교실을 만들어 역사와 과학 등을 가르치기도 한다. 유레카 사무실을 메타버스에 구축해 그 안에서 소통한다면 굳이 현실 세계에서의 사무실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