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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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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미미' 여사가 바라보는, 지금 우리의 세계

얼마 전 이선균과 김민희가 주연하고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화차>가 큰 사랑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이 원래 일본 소설이었다는 걸 아는 사람? 바로 일본의 대표적인 장르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가 1992년 발표한 동명의 장편 소설을 2012년의 한국 사회에 맞춰 영화화한 것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동등한 유명세를 가진, 냉혹한 범죄를 다루는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 치고 너무나 선한 얼굴을 지닌 ✽미미 여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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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간이 이미 지났다. 소설가는 아직 지하철 안이다. 사고가 났다는 방송과 함께 처음엔 십분 동안 멈춘다고 하더니, 벌써 이십분 짼데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초조하다. 약속한 기자에게 양해 전화를 걸었다. 아. 이제 다시 출발한단다. 그런데 왜 멈췄던 것일까? 누가 자살이라도 한 것은 아닐까? 혹은 누군가 나쁜 마음으로 희생자의 등을 떠민 것은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상상의 이미지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건너편 앉아 있는 노인의 피로한 모습과, 그 옆의 아름다운 아가씨의 짜증난 표정이 대비를 이루어 묘한 긴장을 만든다. 기다리고 있는 기자는 원망하고 있을까?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 전철 안에서 그녀는 늦어진 약속에 대한 초조감에 갑자기 입술이 말랐다.

“미야베 선생님!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사회 초년생처럼 앳된 얼굴을 한 청년이 환하게 웃으며 꾸벅 인사한다. 소설가는 미안하다고 기자에게 사과하고 지하철이 멈춘 바람에 많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선생님,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