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는 영광스럽겠다.”
험프티 덤프티가 말했다.
“‘영광’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엘리스가 말했다.
그러자 험프티 덤프티가 거만하게 웃으며,
“내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물론 모르겠지. 너한테는 ‘납작하게 깨진 말싸움’이란 뜻이야!”
그 말에 엘리스는 반박하듯이
“하지만 ‘영광’이란 말이 ‘납작하게 깨진 말싸움’이란 뜻은 아니잖아요.”
“내가 어떤 단어를 쓰면, 그 단어는 내가 선택한 뜻만 가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험프티 덤프티는 앨리스를 조금 깔보는 투로 말했다.
엘리스가 다시 말했다.
“문제는 당신이 그렇게 여러 뜻을 줄 수 있느냐는 거지요.”
험프티 덤프티가 말했다.
“문제는 누가 주인이냐는 거야. 그게 전부야.”

루이스 캐롤의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한 장면이다. 소설에서 계란 모습을 한 험프티 덤프티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이해하든 자기 맘대로 정의를 내린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의미로 사용하든지에 상관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정의를 내리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 논리에 기초한 논쟁은 말할 것도 없고.
반면 정의를 제대로 내리면 분명하지 않은 상황을 명확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가 차도가 아닌 인도로 다닐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자동차는 인도로 다닐 수 없다. 그리고 도로교통법이 내린 자동차의 정의에는 승용자동차 외에 이륜자동차도 포함된다. 결국 오토바이는 인도로 통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의가 명확한 경우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법률에서 정의를 매우 중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