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읽기
《크게 휘두르며》,
소심한 에이스의 성장을 그린 야구 만화
걸작 스포츠만화의 필수 요소는 ‘열혈’이다. 그것은 전후 원대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일본인이 원하는 영웅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포츠는 열혈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 하나하나가 서로에 의지하며 팀(Team)을 이루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다.
야구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한때는 권투가 인기였고 지금은 축구에도 많은 팬이 몰리지만, 역시 야구가 중심이다. 자연스레 수많은 야구만화가 등장했고 걸작들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일본 프로야구 최고 인기 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모델로 한 <거인의 별>, 모든 고교 야구선수들의 꿈인 갑자원을 무대로 한 《도카벤》 등은 야구만화의 고전으로 꼽힌다.
다른 명작과 비교해 히구치 아사의 《크게 휘두르며》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무엇보다 야구만화에 등장하던 보통의 인물과는 전혀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크게 휘두르며》 의 주인공 미하시는 정말 ‘우울하고 비굴’한 에이스다. 정확한 컨트롤의 투수이지만 기가 너무 약해서 늘 울상이고 자주 눈물을 흘린다. 처음의 그에게 열혈이나 열정 같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타자와 맞상대하는 투수를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지경이다.
소심한 투수, 에이스로 성장하다
선수들의 연봉은 고교나 대학 시절의 기록을 토대 책정된다. 하지만 연봉이 높다고 해서 프로 무대의 성적이 반드시 좋으리라 장담할 순 없다. 주자가 없을 땐 강속구를 뿌리던 선수가 주자만 나가면 볼 컨트롤이 엉망이 된다거나, 평소엔 잘만 치다가 주자가 득점권에 있으면 삼진을 당하는 선수도 있다. 이처럼 위기상황에서 언제나 초라해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극적인 상황에서 모든 것을 뒤집어버리고 영웅이 되는 선수도 있다. 이것은 일종의 성격, 혹은 기질 같은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투수는 예민하고 섬세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소심하면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
미하시가 딱 그런 경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