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뒤집힐 만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고, 거대한 폭발이나 격렬한 폭동이 일어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이 일어나야만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주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들도 충분히 흥미롭고, 보면 볼수록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극적인 사건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천동지할 사건이나 극렬한 감정의 동요 없이 그저 묵묵히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삶에도 거대한 의미는 있다’는 사실이다. 《토성 맨션》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공간이 어떻게 바뀌든 삶은 계속된다. 이와오카 히사에의 《토성 맨션》의 사람들은 모두 우주에서 살고 있다. 지구 전체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사람이 살지 못하고, 인간은 3만 5,000m 상공 위에 만들어진 링 모양의 인공 구조물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곳의 사회 구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보다 훨씬 억압적이다. 구조물은 상·중·하 세 개 층으로 나뉘어 있고, 공유 지역인 중간층을 경계로 상층과 하층은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하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릴 때 중간층에 있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곳에 계속해서 머무를 수는 없다. 또한 상층은커녕 중간층에 있는 직업조차 선택할 수 없다.
이처럼 미래 세계가 엄격한 계급사회가 된 이유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에너지나 자원 등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정해진 것이다.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하고, 그렇다면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못했거나 배경이 없는 사람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그 과정이 철저하게 폭력적이었다 해도, 세월이 흐르면 사람들은 그 제도를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어떤 지도자가 그런 사회를 제안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계급사회가 정착되었는지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주로 하층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서 계급사회가 삶에 끼치는 영향을 다소 쓸쓸하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