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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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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과학

차가운 공기의 혁명, 에어컨

자동차나 인터넷과 맞먹을 정도로, 우리 생활을 바꾸어놓은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평가받는 에어컨.
에어컨의 대중화는 인류의 활동반경을 넓혀줬을 뿐만 아니라 물품 생산이나
라이프스타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체 이렇게 기특한 물건은 누가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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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가 발명한 ‘공기를 다루는 기계’

에어컨의 기본 원리는 ‘공기를 차갑게 만든다’이다. 이 발상은 로마제국 때부터 있었는데, 로마의 귀족들은 높은 산에 쌓여 있는 만년설을 자택으로 가져와 여름을 시원하게 지냈다고 한다. 19세기 들어서 미국의 의사 존 고리(John Gorrie)는 고열 환자들의 열을 낮추기 위해 병실 천장에 얼음을 담은 그릇을 매달아 놓고, 부채 등으로 바람을 일으켜 찬 공기를 순환시켰다. 존 고리가 고안한 이 장치를 에어컨의 원조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찬바람을 생성해 흐르게 하는 정도였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에어컨은 시원한 공기를 배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습도와 청정, 열기 조절, 통풍 기능을 모두 포함한다.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도맡는 에어컨은 ‘냉방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스 캐리어(Willis Harviland Carrier)에 의해 만들어졌다.

캐리어는 미국의 코넬 대학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마치고 1년 뒤인 1902년, 뉴욕의 한 기계설비회사에 입사했다. 입사한 해 7월의 무더운 여름, 캐리어에게 거래처 출판사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여름의 무더위와 습기로 인해 종이가 멋대로 수축 혹은 팽창해서 도무지 깨끗하게 인쇄를 할 수 없어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당시 뜨거운 증기를 파이프로 순환시켜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난방기는 이미 실용화된 상태였던지라, 캐리어는 난방이 가능하다면 차가운 물을 이용한 냉방도 가능할 것이라 여겼다. 문제는 습도를 낮추는 원리였다. 고민에 빠져 있던 캐리어는 어느 날 안개가 자욱한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안개의 원리를 이용해 외부의 공기로부터 습기를 끌어들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