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강아지 두 마리는 품안에서 젖을 찾고, 한 녀석은 어미 개 등 위에서 자분자분 졸고 있다. 어미 개의 눈은 순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새끼들과 한없는 사랑을 품은 어미 개의 순하디 순한 눈. 익숙한 광경인데도 보고 있노라면 화폭에 담긴 평온함이 마음까지 전해져와 슬그머니 웃음이 머금어진다.(<모견도>) 이 그림을 그린 이는 세종의 넷째아들 이구의 증손자 이암(1499~ ?)이다. 그는 착색을 한 강아지 그림을 특히 좋아했던, 화조와 동물 그림에 능한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영모화가다.
그림을 좀 더 살펴보자. 어미 개 목에 걸린, 방울을 매단 붉은 줄. 나무 아래 찍힌 화가의 붉은 낙관이 가만히 조응한다. 흑백 그림에 도드라진 붉은색이 요즘 잡지 광고에 종종 등장하는 색감을 닮아 현대적이란 생각도 든다. 흐르는 듯한 어미 개의 유려한 몸 선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뒷다리 아래 놓인 꼬리 끝이 정갈하게 매듭짓는다. 먹의 농담은 또 어떻고? 눈 주위, 앞뒤 다리 주위처럼 흰털과 검은 털이 만나는 지점마다 묽고 진한 먹의 농담이 신기를 부리듯 털의 부드러움을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종실화가 이암은 조선 중기, 즉 16세기의 대표적인 영모화가다. 영모화(翎毛畵)라? 낯선 말이다. 영모화는 새와 동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산수화, 인물화 다음으로 한국의 고전미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본래는, ‘깃 翎, 털 毛’를 ‘새 깃털’로 풀이해 새 그림만을 지칭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두 글자의 의미를 제각각, 새 깃털과 동물 털이라는 복합적 의미로 확대 해석해 현재에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