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50년대 일본. 당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나라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사업까지 실패하고 무일푼이 된 이가 있었으니 이름은 안도 모모후쿠. 어느 날 안도가 선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주방장이 어묵을 튀기는 모습을 본다. 어묵이 기름에 빠지자마자 어묵을 감싼 밀가루 속 수분이 빠져나가 바삭해지는 현상에서 착안, 안도는 밀가루로 만든 면을 한번 튀겨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이 튀긴 면이 바로 라면의 시초다.
이후 그는 닛신식품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반조리된 면을 기름에 튀겨 열로 말리는 ‘순간유열건조법’을 개발한다. 그리고 1958년 안도는 드디어 ‘닛신 치킨 라멘’이라는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탄생시킨다.
안도는 이 엄청난 발명품을 독점하지 않았다. 그는 먹을 것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 성직(聖職)이라며, 먹을 것이 풍족할 때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는 확고한 철학을 지닌 인물이었다. 때문에 안도는 라면의 제조 특허를 혼자만 갖지 않고 국내외에서 모두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라면을 즐길 수 있는 건 그의 이러한 철학 덕분 아닐까. 2007년 96세로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라면을 먹었다는 안도 모모후쿠, 과연 진정한 라면의 아버지라 할만하다.
우리나라 첫 라면은 ‘삼양라면’이다. 라면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삼양식품은 닛신식품에 이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다. 하지만 삼양은 포기하지 않고 결국 라이벌 회사인 묘조식품에서 라면 기술을 배워온다. 1963년 9월 삼양식품이 처음 선보인 라면은 지금처럼 매운 라면이 아닌 느끼한 닭 국물 라면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