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잘 먹고 지내?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의 메시지였다. ‘잘 지내’도 아니고 ‘어떻게 지내’도 아닌 한 마디. 그는 몰랐겠지만, 조금 힘겨웠던 하루를 넘기는 데 지렛대가 되어주었다. 결코 자주 연락하는 다정한 사이가 아닌데, 최근 다른 친구 몇몇이 보내온 짓궂은 다른 메시지들도 쌓아두었다. 기억해 두었다가 써먹으려고. 감정표현에도, 사람을 대하는 데도 서툰 나지만, 안부 묻는 일에 조금은 덜 게으르기 위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알고 있었다. 누군가 정말 힘들 때에는 말을 건네기 어렵다는 걸. 그래서일까. 언젠가 한 번 읽고 치워두었던 이 소설의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지내요》는 수전 손택을 회고한 산문 《우리가 사는 방식》으로 국내에 알려진 시그리드 누네즈의 신작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인물은 ‘나’의 오랜 친구다. 50% 생존율의 말기 암 환자. 그는 아버지의 힘겨운 임종을 지켜봤기 때문에, 자신을 살려내지도 못할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주위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꾸지만 암은 이미 전이됐다.
친구는 처음의 선택을 후회하며 다른 계획을 세운다. 자신이 원하는 때에 평온한, 나름의 품위를 갖춘 죽음을 선택하는 것. 그는 ‘나’에게 이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이미 맘에 드는 장소와 안락사 약은 준비된 상태였다. 그러나 혹시 모를 잘못될 일을 대비해 옆방에 있을 누군가가 필요하다. “내게 필요한 건 나와 함께 있어줄 사람이야.”
‘나’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줄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의 유일한 가족인 딸은 친구에게 오랫동안 적대감을 품어왔고, 다른 친한 친구들은 그가 끝까지 싸우기를 바라며 “어떤 종류의 조력 자살에도 절대 관여할 수 없다”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결국 “죽는 데 도움이 될 무엇이든 하겠다” 말하자 친구는 안도감에 벅차 흐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