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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이연 | 네이버 웹툰

<살아남은 로맨스>

섬뜩한 로맨스, 한번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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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툰의 장르가 ‘로맨스’라는 데 누가 의문을 가질 수 있을까. 제목도 제목이지만, 높은 채도로 반짝거리는 핑크빛 썸네일을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주인공으로 보이는 핑크 머리의 여자 캐릭터가 왼쪽 눈 밑으로 피를 흘리고 있다. 핑크빛으로 가득한 화면에서 눈치채기 쉽지 않은, 섬뜩한 디테일이다. 여기까지 봤다면 이 웹툰의 제목에 의문이 생긴다. 로맨스면 로맨스지, ‘살아남은’ 로맨스라니? 영어 제목을 보면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Survive romanX. 왜 romance가 아니라 romanX일까. 웹툰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스터리가 풀린다. 

소재의 반전 매력… 독특한 매력의 웹툰

1화를 보면 이 웹툰의 장르가 최근 유행하는 ‘빙의물’임을 알 수 있다. 빙의물이란 주인공이 본인이 읽던 책이나 플레이하던 게임 등의 세계로 들어가 그 안에서 특정 캐릭터에 빙의되는 장르다. 다시 웹툰으로 돌아가 보자. 고등학교 로맨스 소설에 빨려들어간 주인공 ‛은채린’. 1화에서는 모두가 예상 가능한, 다소 클리셰적이고 일반적인 고등학교 청춘 로맨스가 펼쳐진다. 순탄한 전개가 이어진다고 생각할 때쯤, 웹툰의 장르가 갑자기 좀비물로 급변한다. 음악실에서 남주인공 ‛제하’의 고백을 받기로 한 날,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채린이 그만 좀비에게 물려 죽게 되는 것. 심지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채린은 좀비 사태가 발생한 당일 아침으로 다시 되돌아가게 된다. 그것도 몇 번이나! 그렇게 계속 ‘타임 루프’하며 채린은 어떻게든 소설을 원래 전개대로 되돌려 놓으려고 하지만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고 지쳐버린 채린. 그런 그녀를 루프에서 구해준, 은인과도 같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같은 반 동급생, 일명 ‘X’다. X를 찾기 위한 채린의 고군분투기가 바로 이 웹툰의 진짜 스토리라인이다. 

이 짧은 소개로도 알 수 있겠지만, <살아남은 로맨스>의 가장 큰 특징은 소재의 반전이다. 흔한 판타지 로맨스인 줄 알고 보기 시작했던 독자라면 꽤 충격받을 만하다. 소재의 신선함은 독자들이 계속 그 웹툰을 놓지 않고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좀비물이나 로맨스 소설 빙의물은 둘 다 어느 정도 클리셰화가 진행된 장르다. 그런 둘을 혼합한다는 건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새 장르를 탄생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독특함 덕분에 이 웹툰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구미를 당기게 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캐릭터를 다루는 방법

하지만 단순히 소재가 독특하다는 이유만으로 고정 독자층을 탄탄하게 쌓기는 어렵다. 아무리 소재가 신선하더라도 스토리가 지지부진하거나 예측 가능한 클리셰 덩어리라면 독자들이 몇 화 만에 떨어져 나가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로맨스>의 또 다른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캐릭터를 다루는 작가의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