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2016년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라는 사람이 처음 썼습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경영학 교수였던 그는 ‘세계경제포럼’을 만들었고 지금도 그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포럼이란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청중이 질문하는 모임을 뜻하는데요, 스위스의 작은 마을인 다보스에서 열려서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리는 이 포럼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습니다. 매년 유명한 기업가, 정치인, 학자들이 모여서 세계적인 관심사를 논의하는 ‘세계 정상회담’으로 찬사를 받지만, 선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부자들의 잔치’로 비난받기도 합니다. 물론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포럼에 참가하고 싶다면 먼저 회원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본 가입비가 약 5800만 원, 포럼 참가 티켓은 2000만 원이 넘습니다. 적어도 8000만 원 가까운 돈을 내야 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거지요. 고위관계자만 참가하는 회의도 따로 있는데 그 가입비가 1억 5000만 원이 넘는답니다. 당연히 참가비도 따로 내야 하고요. 직원 여러 명을 거느리고 가면 10억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는 뜻이지요.
돈을 낸다고 다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세계 250대 기업인이 아니면 ‘전략적 파트너’에 낄 수 없답니다. 그러니까 이 포럼은 세계적인 기업인,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참가자들은 사업 협상을 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러 가는 것이고요.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은 회의장 근처의 호텔을 통째로 빌려서 한국에서 공수해 간 음식을 차려놓고 포럼의 참가자들을 초빙하기도 한다는군요. 이렇게 해서 다보스 포럼은 매년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벌고, 클라우스 슈밥은 국가원수급 대접을 받습니다. 그가 우리나라에 오면 기자들이 몰려들고 기업에선 서로 초빙 강의를 부탁하며(물론 강의료를 듬뿍 주겠지요) 대통령을 만납니다.
어떻습니까, 클라우스 슈밥의 능력이 엄청나지요? 능력이 아니라 수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이 사람이 말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도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