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에서 세금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건 아니다. 소규모로 함께 사냥하고 과일을 채집해 살아가던 원시공동체 사회에서는 애초에 세금이란 필요하지 않았다. 세금 없이도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 세금이 등장한 건 인류가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한곳에 정착해서 사는, 이른바 농경사회로 진입한 후다. 한 지역에 터를 잡고 땀 흘려 거둬들인 곡식을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납부하게 된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세금에 대한 기록은 B.C.3000년경 이집트 고왕국 때다(이집트문명). 이집트 최초로 통일 왕국을 이룬 메네스 왕 시대에 노역과 십일조(수입의 10분의 1을 바치는 것) 형태로 공납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비슷한 시기 유프라테스 강에서 번성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세금 제도가 존재했던 걸로 보인다. B.C.2500년대 수메르 라가시 왕조의 지배자가 세금을 감면했다는 기록이 쐐기글자로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져 있던 것!
동양의 가장 오래된 세금 기록은 중국 주나라(기원전 1046~256년) 시기 정전제다. 일정 면적의 땅을 ‘우물 정(井)’ 모양으로 9등분하여 백성에게 배분한 후 그중 한가운데 땅을 공동 경작하게 하고, 거기에서 생산된 곡물을 세금으로 나라에 바치도록 했다.
당나라 시대(618~907)에 들어 세금은 조(租)·용(庸)·조(調)의 형태로 바뀐다. 조(租)란 토지를 사용하는 대가로 국가에 바치는 곡식, 용(庸)이란 국가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노동력, 조(調)란 특산물을 국가에 바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