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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랜드》, 두 주먹 안에 자신의 존재를 움켜쥐다

아이 세계와 어른 세계의 틈새. 그곳에 홀리랜드(성지)가 존재한다. 누구라도 그 거리에 있을
공평한 권리가 있는 곳. 그 정도의 권리마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우는 자의 처절함. 여기에는 영광도, 기쁨도, 로망도 없다. 단지 살기 위한 처절함과 절박함만을 두 주먹 안에 움켜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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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스포츠 멜로’ 만화의 거장 아다치 미츠루의 《카츠!》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아무런 무기도 갖지 않은 채 쓰러뜨려야 할 상대를 앞에 두었을 때 사람은 두 주먹을 움켜쥔다. 그것은 가장 순수하며 가장 본능에 가까운 행위… 인간이 두 다리로 섰을 때 이미 권투의 역사는 시작되었던 것이다.” 권투의 매력이란 그런 것이다. 벌거숭이로 싸우는 느낌. 상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 같은 것. 아다치 미츠루의 말처럼 순수하며 본능적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권투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더 이상은 생존하기 위해서 절실하게 권투를 택하는 사람들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허리케인 죠》의 영광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걸까?

매력적인 열혈 권투 만화
카츠!  《터치》 등의 야구 만화로 유명한 아다치 미츠루의 권투 만화. 이름이 같은 사토야마 카츠키와 미즈타니 카츠키의 사랑과 열정을 특유의 간결하고 함축적인 그림체로 표현했다. 
허리케인 죠(원제: 내일의 죠) 소년원 출신의 야부키 조가 막강한 상대들과 맞서며 세계 챔피언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만화를 계기로 일본 스포츠 만화의 붐이 일었으며, 동명의 애니메이션도 큰 인기를 끌었다.
더 파이팅! 23년 동안 총 99권이 간행된 장편 권투 만화.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왕따 소년 마쿠노우치 잇포가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프로 복서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실제 복싱 선수들을 모델로 했다.

나를 지키기 위한 원, 투, 스트레이트!

스포츠 만화라면 어떤 장르 이상으로 ‘열혈’ 주인공이 등장해야 하겠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열혈도 이미 유행이 지났다. 《슬램 덩크》의 강백호처럼 ‘무대뽀’로 덤벼들거나, 《원피스》와 《블리치》처럼 즐거운 열혈이 멋지게 보이는 시대다. 요즘의 ‘열혈’ 주인공들은 치열하게 노력을 하긴 하지만 여리고 소심한 마음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신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법도 절대 없다. 오히려 자신을 과소평가함으로써 끊임없는 진보와 도약을 이루어낸다. 권투만화의 걸작 《더 파이팅!》의 잇포처럼.

그런데 잇포 같은 유약했던 사람들이 권투 같은 격한 운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들에게는 화려한 무술이나 격투기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잇포는 늘 이지메를 당하다가 어느 날 자신의 내부에 있는 힘을 발견했다. 다행히도 잇포는 자신의 진짜 힘을 발견하고 ‘즐거운’ 권투로 나아갔지만, 모리 코우지의 《홀리랜드》의 유우는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