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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읽기

《종의 기원》,

진화한다, 고로 존재한다!

5년간의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다윈은 한 종이 다른 종으로 가지치기 하는 그림을 그린 뒤 몇 가지 메모 끝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인간은 원숭이에게서 왔는가?” 만물의 영장으로 다른 생물들 위에 도도하게 자리 잡고 있던 인류에게는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1859년 11월 세상에 처음 출간된 한 권의 책,《종의 기원》은 초판 1259부가 첫날 모두 팔려나갔다. 신에 대한 ‘불경’을 우려해 기독교인들이 모조리 사들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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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인터넷 포털도 진화하고, 자동차도 진화한다. 물론 이때의 진화의 의미는 매우 협소하다. 다른 것으로 바뀌되 보다 발전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종의 기원》에서 다윈이 말하는 ‘진화’는 이와 사뭇 다르다. 다윈은 발전이 아니라 변화 그 자체를 중요시했고, 자연에 의해 선택되는 종들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다양성이 넓어지는 신비로움에 관심을 두었다.

물론 단순함이 복잡함으로 바뀌는 것이 발전이라 하면 진화의 전체 과정 역시 발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물에 한해서는 복잡함이 가치 있는 것이며 우수한 것이라 말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다윈의 생각은 이렇다.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습다. 사람들은 지능을 가진 인간의 탄생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를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지능이 아닌 다른 감각을 지닌 곤충의 등장은 더욱 놀랍다. 아름다운 초원과 숲으로 덮인 지구 위에 사는 존재라면 어떻게 감히 지능이 세상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생물학에도 진화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이 있다.“생물개체군의 성질상에 나타나는 세대 간 변화(민코프, 1983)” “생물개체군에서 일어나는 적응과 다양성에서 일어나는 변화(마이어, 1997)” “변화와 다양화를 동반하는 혈통 계승(푸튀마, 1998)”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