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색채를 사랑한다. 내게 색채란 숨죽여 있는 욕망 혹은 열정의 외연처럼 다가온다. 간단치 않은 일상을 꾹꾹 눌러 돌출하지 않으려 애쓰다 문득 솟구치는 어떤 것. 나는 빛깔이 참 좋다.
봄이 오자 도시 곳곳에서 갖가지 빛깔이 움터 나온다. 그 소박한 색채들, 여름 태양에 찬란해질 그 빛깔들은 내 무채색 삶의 위안이다.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을 우연히 본 날,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꼈다. 빨강, 초록, 파랑. 가장 기본적인 빛의 삼원색이 화면 안에서 충돌한다. 선명한 빛깔들이 제각각 기세등등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여인의 얼굴은 어떤가. 자연스럽고 안전한 명암을 무시한 채, 초록과 노랑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폭발할 것 같은 강렬한 열정이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가 피카소와 더불어 20세기 회화의 지침이 되었다거나, 야수파의 대표선수격이라는 설명은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마티스의 색채감에 대한 피카소의 표현만큼은 머릿속을 쉬이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