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전통이 철통같이 견고한 60년대 미시시피 주 잭슨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백인아가씨이자, 신출내기 작가 스키터와 지역의 흑인 가정부들이 진원지다. 그들의 소동이라고 해봐야 흑인 가정부들의 시시콜콜 사연을 담은 ‘헬프’라는 책의 발간.
지역의 가십거리로 치부될 법한 이 ‘사건’이, 거대한 편견의 벽을 흔드는 작은 진동이 된 것은 이들이 사는 공간적, 시간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스키터가 돌아온 60년대 미시시피 주 잭슨은, 한마디로 ‘보수 꼴통’의 정서가 지배적인 곳. 이 표현이 지역적 편견을 유발할 위험성이 다분함은 인정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남부는 전통을 중시하고 기독교를 신봉하는 보수적 경향을 갖는다. 여기서 ‘보수 꼴통’이란 함은, 보수적 가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보수’란 기치를 내걸고 자행하는 폭력에 대한 비판이고, (영화에서는 한결 온건하게 그려졌지만) 60년대 미시시피 주는 보수적인 백인들의 인종우월적 악행이 피바람을 몰고 오던 시절이었다.
스키터가 에이블린을 인터뷰하는 첫 장면. 에이블린이 말한다. “제 어머니는 가정부였고, 제 할머니는 노예였어요.” 링컨이 1863년 노예해방을 선언한 지 100년 남짓이 지났지만 흑인들은 지독한 편견에 시달리며 결코 인간다운 해방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고상한 백인 주부들께서는 불결하게 흑인 가정부들과 화장실을 함께 쓸 수 없다니, 인종적 편견에 대해 더 말해 뭐하랴.